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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가볼만한 곳/광산구

영산강8경, 극락강 철교와 풍영정

 

 

 

무등산이 광주사람들의 어머니같은 산이라면 극락강은 그 어머니 젖줄같은 강입니다.

지금같이 물놀이 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광주천이나 극락강이 광주시민들의 일한 물놀이 휴식처였답니다.

simpro도 초등학교 시절 학동 증심사천과 광주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다리 밑에서 자맥질을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곳엔 학동과 방림동을 연결하는 뿅뿅다리가 있어 치마입은 여학생들 지나다니는 모습을 몰래 숨어보곤 했죠.

그만큼 광주천의 물은 수량이 깊고 물이 맑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방학이면 친구들과 같이 운암동 극락강까지 자맥질하러다니기 바빴죠.

이렇듯 지금으로 부터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천과 극락강은 광주사람들의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높았던 곳입니다.

그런데 극락강엔 백사장을 만들어 놓고 피서객을 모았던 사건이 있었는데 혹시 아시나요?

 

 

바로 이 철교로 연결된 광주와 송정리 사이의 철도가 개통되면서 일어난 사건이랍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7월 광주역에서 송정리역까지 철도가 개설되었습니다.

극락강변 이 철교 옆에는 풍영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풍영정은  명종 15년(1560년) 승문원 판교를 끝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김언거(金彦据)가 지은 정자로서 김언거는 7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풍영정에서 10여년 동안을 김인후(金麟厚),

이황(李滉), 기대승(奇大升) 등 이름난 문인들과 교우하며 지냈습니다.

그만큼 풍영정에서 바라보는 극락강은 시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철도는 당시 호남선의 정차역이었던 송정리역에서 광주시내를 연결했는데 일제 강점기의 철도 건설과 노선 운영은 처음에는 민간철도회사가 운영권을 가졌으나 1930년대 후반 조선총독부가 운영권을 매입해 국철로 모두 바꾸었죠.

그런데 철도를 놓았음에도 광주에서 송정리까지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아다고 합니다.

그래서 철도를 이용하라고 판촉을 해야되었는데 풍영정에서 광주천이 합류하는 유덕동 덕산에 이르는 드넓은 백사장을 수영장으로 소개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사이엔 지금 극락강역이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없었고 순전히 수영장을 찾는 피서객들을 위해 새롭게 만든 것이 바로 극락강역이었답니다.

 

 

결국 광주역에서 피서객을 태운 열차는 극락강 백사장 주변에 임시 정차를 하게되었고 이곳을 찾는 승객에게는 철도요금의 50%를 할인해 주었다고 합니다. 참 멋진 아이디어였죠?

 

 

그후 풍영정 일대 극락강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좋아져서 이곳은 광주를 대표하는 물놀이 장소로 알려졌고 1970년대까지도

학생들의 소풍장소와 시민들의 물놀이 장소로 이용되었답니다.

물론 simpro도 초등학교 시절 여기까지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러 다니곤 했죠.

 

 

그때까지도 극락강물은 광주천과 같이 비교적 깨끗해 수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광주가 급속도로 개발되면서 광주천이 끝나는지점에 하수처리장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하루에 60만톤에 이르는 BOD 6.3ppm 하수를 극락강에 쏟아내면서 광주천과 극락강이 만나는 지점은 계면활성제 잔류인 하얀 거품이 둥둥 떠다닐 정도로 오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영을 할 정도로 깨끗했던 극락강이 광주시의 하수도로 전락하고 만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하수처리시설의 고도화 처리로 오염이 없어졌으며 광주천도 하류의 물을 상류로 다시 끌어올려 수량을 풍성하게 하는 등 광주시의 환경에 대한 부단한 노력덕에 이렇게 물이 깨끗하게 되었답니다.

 

 

극락강은 총 길이 122km에 이르는 영산강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광주를 지나는 이 구간만큼은 영산강이라 부르지 않고

극락강이라 부르는 광주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극락강 철교도 국도1호선의 산동교와 같이 6.25전쟁당시 폭파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답니다.

전주를 함락한 인민군이 광주로 진입하는 주요 다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극 락 강
                            황지우

사람들이 시간을 하두하두 흘려서
바닥난 강
모래 밑,

한때 느릿느릿한 남풍과
드높은 새털구름이 얹혀 있던 수면을
기억할 수 없는 길,

그래도 강은 있네
시간이 있으므로

광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로
건네는 데 0.3초도 안 걸리는
극락강

며칠 후, 며칠 후 우리가 건널
극채색의 흰 강

멀리 미류나무 근처
소풍 나온 또 다른 세대의 어린이들 보이고

그러나 그 아이들을 내가 보았는지
기억이 없네
내가 그 강을 건넜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극락강 철교에는 하루에도 50여 차례 열차가 지나갑니다.

이름깨나 드 높은 시인묵객들이 드나들었고 정자 마루엔 먹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는 풍영정에서 바라보니 더 멋져 보입니다.

그때에는 이 철교가 없고 대신 드넓은 백사장에  왕벚나무, 버드나무, 야생화 들이 아름다운 수변 경관을 자랑했겠죠?

남쪽으로는 유덕동의 도톰한 언덕인 덕산(德山)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석산(石山)이라 부르는 동림동의 대마산(大馬山)이 있기에

정자 주변으로 도도히 흐르는 극락강 풍영정에 앉으면 시인이 아니어도 절로  시심이 돋아났을 것입니다. 

 

 

극락강철교를 지나는 KTX입니다.

광주에서 용산까지 가는 기차로 극락강역을 지나갑니다.

광주역에서 송정역까지 광주선이 단선인 관계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선구간을 지나는 KTX입니다.

 

 

극락강철교.

광주사람들에게 많은 추억거리가 있는 철교로 지금은 동림동 옛 산동교에서 철교를 지나 극락강역까지 친수공원화가 되었으며 영산강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어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답니다.

 

(글,사진 sim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