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50년 넘게 살면서 내 삶의 본거지였던 금남로를 참으로 오랜만에 나갔다.
2016년부터 시작한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을 보기 위함인데 몇 년 만에 나왔는지 잠시 내 기억을 더듬어보니...
3년 전 고 이남종 금남로 노제 취재를 위해 들렀고, 2년 전 광주하계 유니버시아드 때 앙골라 선수단과 함께 예술의 거리를 잠깐 들른 게 최근 3년 동안 금남로의 기억이라고 대답한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한때 상무지구가 없던 시절 금남로와 충장로는 호남 최고의 거리로 충장로 5가 모 은행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한 80년대 초반부터 결혼 전까지 충장로와 금남로는 거의 나의 독무대였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밥 먹고살기 위해 발길을 끊은 뒤 거의 외면하고 살다가 이제야 나가는 것이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
외곽으로만 떠돌던 나를 금남로까지 불러내다니...
나를 불러낸 넌 누구냐!
나를 불러낸 건 바로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를 위해 윤장현 광주 시장이 처음 제안한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은 2016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금남로 일대를 주옥같은 문화공연으로 수놓았다.
총 13번의 행사에 문화전당, 광주문화재단, 예총 등 문화예술 기관과 민간 문화단체 등이 504회의 공연을 펼쳤고 출연자만도 5,762명에 이르렀으며, 고싸움놀이 체험 등 시민체험 프로그램 654개에 운영자는 2,376명이었다고 한다.
프린지 페스티벌과 함께 지구의 날 행사, 물총 축제, 청소년 상상 페스티벌, 임방울국악제, 정율성 음악제 등 각종 행사와 연계해 매울 짝수 주 토요일 광주는 그야말로 각종 공연으로 가득 찼는데 연인원 29만여 명이 관람했다고 하니 광주를 문화수도라 부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화의 전당, 궁동 예술의 거리, 대인예술야시장, 구시청 사거리, 양림동 문화역사마을 등 광주의 문화와 예술을 한 군데로 집결하는 힘은 바로 금남로이다.
금남로는 광주를 상징하는 거리로 5.18민주 항쟁과 6.10민주항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지금도 각종 사회 문화 행사를 시민들과 함께 치러내는데, 이제는 이들 모두를 끌어안고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새로 태어났다.
작년에 격주로 펼쳐졌던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은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 다양한 거리축제로 이어진다.
그것도 99% 무료다. 물론 유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실내 공연으로 잘 하면 절반 할인도 해준다.
6월 10일 공연 주요 장면만 에필로그로 일단 내 보낸다.
모두 4군데 스테이지에서 4시간 동안 공연이 펼쳐지는데, 몸이 열 개라도 이 모든 공연을 다 볼 수는 없다.
결국 한 스테이지에서 죽치고 앉아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계속 펼쳐지는 공연을 즐기는 것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데, 이런 식으로 매주 돌아가면서 스테이지별로 공연을 즐기면 된다는...
필자는 욕심이 많아 4개의 스테이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담았지만, 지나고 나니 후회가 막심했다.
공연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매우 높은 공연으로 만약 돈을 주고 본다면 공연장 맨 앞 좌석 요금을 내야 할 정도기 때문이다.
사진 욕심이 많은 필자가 진중하게 공연을 감상하지 못하면서도 놀란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질주하는 이 괴상한 풍선 인간들 때문이다.
광주 프린지 학교 배출 작품이라고 하는데,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거리예술축제가 되기 위해 다양한 거리예술가들을 발굴해 광주형 거리예술가로 양성하고자 거리예술가 레지던스 '프린지 학교'를 운영한다는데, 호남대학교 미디어영상공연학과 최영화 교수와 학생 3팀 9명으로 구성되었다고...
필자가 가장 많이 할애한 공연이 바로 임을 위한 몸짓이다.
거의 전부를 봤다 해도 될 정도로 빠져든 공연이다.
광주의 아픔을 현란한 라틴댄스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한번 앉으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마법이 있다.
이 공연은 보는 것은 즐겁지만 사진에 담기란 매우 어려웠다.
잠시도 쉬지 않고 격무를 추며 주고받는 코믹 공연으로 왔다 갔다 포인트가 제 맘대로 움직이더라는...
하지만 관객에게는 몰입도를 높인 최고의 작품이었다.
아놔...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손자 볼 나이에 웬 망측스럽게...
끝장면을 놓쳐 후회한 명작품이다.
푸른 요정이 왜 푸른 요정인지...
하이라이트를 놓친 사진기자의 비참함이란...
필자는 이들의 열정에 감동의 물개박수가 절로 나왔다.
다음 포스팅에서 연이어 나올 사진으로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다.
랴뮤지카의 공연은 몇 컷이 없다.
현란한 발 놀림으로 탭댄스를 추는데...
그저 바라만 봐도 흥겨워 카메라는 안중에도 없었다.
밤 9시가 다 되어간다.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4곳의 스테이지에서 쉬지 않고 펼쳐진다.
다른 때 같으면 잠 잘 시간에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거리공연에 빠져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걱정 말거라.
다음 날은 일요일이니 늦잠자도 된단다.
필자가 공연 현장을 담은 사진은 무려 1,000컷이나 된다.
카메라 셔터 박스는 무사할까?
추리고 추려 500컷으로 줄였어도 하드에 엄청 부담을 주고 있다.
그래서 그중에서도 추리고 더 추려 3편 정도로 나눠서 사진을 무한 방출할 예정이다.
이 좋은 장면을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그들도 같이 토요일 가족과 함께 일상탈출을 꿈꿀 수 있다면,
일상탈출에서 행복을 느꼈다면, 거기에 필자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난 지은 죄가 많아서 이렇게라도 봉사해야 천국에라도 가지...
2편 : 2017광주프린지페스티벌 - 흥겨운 토요일 오후, 광주 금남로가 들썩거렸다.
http://blog.daum.net/huhasim/2674
3편 : 광주프린지페스티벌 - 이정훈의 푸른요정에 눈물찔끔. 역시 토요일은 금남로야.
http://blog.daum.net/huhasim/2675
4편 : 광주프린지페스티벌 - 다양한 시민참여 체험프로그램도 인기
http://blog.daum.net/huhasim/2676